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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촌」전문
-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 우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서리 차게 나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러붙든 밤.
지붕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 박이 딴딴이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박아지 뀌여 들고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 하였다.
시의 해석
모촌(1936년) 화자의 눈에 아프게 비친 식민지조국의 농촌의 현실은 이런 것이었다. 박 한 통으로 양식을 하고 그것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구걸을 떠나는 농민의 모습을 화자는 말없이 지켜본다. 그것은 지향 없는 유랑걸식의 시작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유이민이 되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 그렇게 뿌리를 잃고 떠돌아야 하는 식민지 치하의 농민들의 삶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토지강점과 경제적 착취에서 시작된 기아와 빈궁이 그 당시 농민들의 삶이다. 「모촌」의 썩어가는 추녀는 당대 조선 농민의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모촌’은 저물어가는 농촌이면서 기울고 있는 민족현실을 의미한다. 이렇게 저물어간 뒤에 곧 어둠이 올 것임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