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조메뉴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보은관광 웹사이트 입니다.

관광명소

본문 시작

「病(병)든 서울」전문

  • 八月(8월) 十五日(15일) 밤에
    나는 病院(병원)에서 울었다.
    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 天皇(천황)의 放送(방송)도,
    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내게는 고지가 들리지 않었다.
    나는 그저 病(병)든 蕩兒(탕아)로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
  • 그러나 하로아츰 자고깨니
    이것은 너머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이었다.
    기쁘다는 말,
    에이 소용도 없는 말이다.
    그저 울면서 두 주먹을 부루쥐고
    나는 病院(병원)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째서 날마다 뛰쳐나간 것이냐.
    큰 거리에는,
    네 거리에는,
    누가 있느냐.
    싱싱한 사람,
    굳건한 靑年(청년),
    씩씩한 우슴이 있는 줄 알었다.
  • 아, 저마다 손에 손에
    깃빨을 날리며
    노래조차 없는 군중이
    ‘晩歲(만세)’로 노래 부르며
    이것도 하로 아츰의
    가벼운 흥분이라면 ......
    病(병)든 서울아,
    나는 보았다.
    언제나 눈물 없이 지날 수 없는
    너의 거리마다
    오늘은 더욱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나다니는 사람에게
    호기 있이 몬지를 씨워주는
    무슨 本部(본부), 무슨 本部(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自動車(자동차).
  • 그렇다.
    病(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도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싶이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미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靑春(청춘)의 反抗(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反抗(반항)이어! 反抗(반항)이어!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
  •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그리고
    정들은 나의 서울아
    나는 조급히
    病院門(병원문)에서
    뛰어나온다.
    포장 친 음식점,
    다 썩은 구르마에 차려 놓은 술장수
    사뭇 돼지구융같이 늘어슨
    끝끝내 더러운 거릴지라도
    아, 나의 뼈와 살은
    이곳에서 굵어졌다.
  • 病(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네 품에
    아모리 춤추는 바보와
    술취한 망종이 다시 끓어도
    나는 또 보았다.
    우리들 人民(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랴
    힘쓰는 이들을 ......
    그리고 나는 웨친다.
    우리 모든 人民(인민)의 이름으로
    우리네 人民(인민)의
    共通(공통)된 幸福(행복)을 위하야
    우리들은 얼마나
    이것을 바라는 것이냐.
    아,
    人民(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
  • 八月(8월) 十五日(15일),
    九月(9월) 十五日(15일)
    아니, 삼백예순 날
    나는 죽기가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울겠다.
    너희들은 모도다 내가
    시골 구석에서 자식땜에
    아주 상해버린
    홀어머니만을 위하야
    우는 줄 아느냐.
    아니다, 아니다.
    나는 보고 싶으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눌이 ......
    그때는 맑게 개인 하늘에
    젊은이의 그리는 씩씩한 꿈들이
    흰 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
  •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아,
    나라 없이 자라난 서른 해,
    나는 고향까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길거리에서
    자빠져 죽는 날,
    “그곳은 넓은 하늘과
    푸른 솔밭이나 잔듸 한뼘도 없는”
    너의 가장 번화한 거리
    종로의 뒷골목
    썩은 냄새 나는 선술집
    문턱으로 알었다.

시 영역의 스크롤을 내리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시의 해석

병든서울(1945년) 「병든 서울」은 8.15해방을 맞은 지 40여일 뒤인 9월 27일에 쓴 오장환의 대표적 장시이기도 하다. 「병든 서울」은 다분히 자전적인 서술로 되어 있다. 총 9연 72행으로 이루어진 시다. ‘병든 서울’ 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먼저 병든 것은 화자인 ‘나’이다. 나는 민족적 고통이 아닌 개인적인 질병으로 죽어가야 하는 것이 원통했을 것이다. 식민지 조국의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한 개인으로 죽는다는 것, 그것이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육체는 병들었고 정신적으로는 스스로를 불효한 탕아라고 생각한다. 고향과 어머니를 떠나 타향을 떠돌며 살다가 병들어 돌아온 것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거리에서 나는 서울이 병들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조국의 해방을 장사의 대상으로 바꾸는 자본주의의 병폐, 속물주의와 한탕주의에 실망한다. 두 번째는 정치이념이 분열하는 모습에 실망한다.

「병든 서울」안에는 서울을 가리키는 말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등장한다. ‘병든 서울’은 당시의 서울의 상태를 나타낸다. 심리적으로는 ‘다정한 서울’이다.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서울’, ‘정들은 서울’은 이렇게 느끼고 살고 싶고 사랑해온 서울이다. 그러나 그 서울이 ‘미칠 것 같은 서울’ 이라는 것은 갈등과 모순이 복잡하게 얽힌 서울이면서 화자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투영된 서울이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은 해방의 크나큰 사회적 변화가 지나가는 서울을 말하는 것이고 그 서울의 하늘이 맑개 개이기를 바라는 것은 식민지 압제의 잔재, 제국주의 침략의 잔재와 봉건적 잔재가 사라진 민족의 하늘을 의미한다. 그런 하늘 위에 자기같이 병든 시인이 아니라 씩씩한 젊은이들의 꿈이 흰 구름처럼 떠도는 서울의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서울’, ‘자랑스런 서울’은 자신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서울의 모습이다.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그래서 사모하게 되는 서울을 꿈꾸는 것이다.

물론 서울은 이 도시, 이 나라, 이 땅의 의미까지를 함께 지니고 있다. 「병든 서울」이 당시 주목받았던 이유는 도식적 구호를 앞세워 무조건적으로 인민의 나라를 건설하자고 계몽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비판을 통한 진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병든 서울」에서 오장환이, 해방이 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장 바라는 일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새 나라 건설이었고 인민이 주체가 되어,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인민의 힘으로 새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