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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리 태양」전문
- 가도 가도 끝없는
밀보리 이랑
정오의 태양이 한데 어우러져
이글거리는 들판! - 누런 들판은
흠뻑 풍성한 햇살을
마음껏 빨아들일 때 - 문틋문틋
곡식 익는 냄새에
숨막혀하며
넘치는 가슴의 가득한 기쁨을
근로에 바치는
이 나라 농민은
얼마나 행복들 하랴! - 다시 백양나무와
백화숲 둘러선
시냇물을 찾아
수천의 양과 소를 몰고 가는
소년들의 유연한 노래 - 하늘과 땅이
서로 맞닿아
눈부신 황금색 파도 물결치는
가없는 곳에 - 즐거운 하루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이곳의 젊은 남녀들
저녁 바람 설렁이는
밀보리 이랑 사이
오솔길에서
주고받을 그들의 사랑
- 아 오래지 않아
이 넓은 들로
묵직한 콤바인 종횡으로 날리며
또 한 해의 노력을 거두을 때에 - 그들의 사랑 또한
열매를 맺어
첫눈이 창가에 피뜩이는
이른 시월엔
여기저기
쌍쌍의 결혼식도 벌어지려니 - 북국의 긴 밤이
이슥토록 울려올
손풍금과 바라라이카에
사바귀 춤들! - 이글이글 타고 있는
씨비리 태양
그 아래 펼쳐진
무연한 들판
아 이곳에 함께 불붙는
나의 생명력! - 한낮에도 내 마음
넘치는 희열에
취해지도다
시 영역의 스크롤을 내리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시의 해석
씨비리 태양(1950년) 「씨비리 태양」은 러시아의 광활한 들판을 보면서 쓴 시다. 여기서 ‘씨비리’는 ‘시베리아’의 북한말이다. 화자는 풍성한 햇살을 마음껏 빨아들이는 들판과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본다. 수천의 양과 소를 몰고 가는 소년들과 목동들의 노래와 백양나무 백화숲과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은 목가적이다. 한두 해 전에 남쪽에서 쓴 시의 분위기와 너무 다르다. 그런 황금색 파도가 물결치는 들판에서 주고받는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손풍금고 발라라이카와 춤, 이 시는 불같은 생명력으로 출렁이고 있다. 넘치는 희열과 불붙는 생명력과 황금색 곡식의 물결 위에 이글이글 타면서 쏟아지는 태양의 강렬함이 흘러넘치고 있다.